프랑스 영화계의 랭보, 앤디 워홀을 능가하는 예술적 본능의 소유자 필립 가렐은 1948년 프랑스 파리에서 배우 모리스 가렐의 아들로 태어났다.
10대 초반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부할 수 없는 자장속으로 빠져든 그는 어린나이에 학업을 포기하고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1966년 발표한 16mm 영화 [아네모네 Anémone]가 TV를 통해 프랑스에 소개되면서 "고다르 이후 새로운 영화계의 혁명아"라는 찬사와 함께 비평가들사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7년 끌로드 베리의 코미디 [투 오브 어스 Le vieil homme et l'enfant]에 조감독으로 참여한 가렐은 같은 해 전위적 성향의 흑백 모노 필름 [기억속의 마리아 Marie pour mémoire]로 장편 데뷔했으며 1970년대 이후에는 로베르 브레송의 영향이 두드러진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전위적인 실험정신은 그의 작품속에 더욱 심화되어갔다.
1974년 자신을 영화계로 이끈 누벨바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진 세버그에게 바쳐진 오마쥬이자 그녀의 바이오 그라피인 [깊은 고독 Les hautes solitudes]을 발표하였으며 1979년 연출작인 [비밀의 아이 L'enfant secret]로 82년 프랑스 장 비고상을 수상했다.
1983년 연출한 [자유, 밤 Liberté, la nuit ]은 가렐 자신이 가장 동경한 감독인 누벨 바그의 거장 장 뤽 고다르로부터 아낌 없는 찬사를 끌어냈으며 80년대 말에 이르러 가렐은 자신의 삶을 투영한 일련의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이 중 자신의 오랜 연인이자 88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독일 태생의 모델 겸 여가수 니코에게 바쳐진 작품인 [더 이상 기타소리가 들리지 않어 J'entends plus la guitare]는 가렐에게 1991년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연출가인 동시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프랑스의 영화계의 미래를 끌어가는 교육자로 변신, 라 페미스에서 영화 강의를 시작한 가렐은 1996년 90년대 라 페미스 학파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여류 연출가 노에미 르보브스키와 더불어 완성한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팬텀 하트 Le coeur fantôme]를 발표했으며 1999년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까드린느 드뉴브 주연의 로드무비 [밤 바람 Le vent de la nuit]을 연출했다.
2001년 연출작인 [와일드 이노센스Sauvage innocence ] 베니스 영화제 국제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21세기에도 아직 건재한 포스트 누벨바그 세대를 대표하는 거장의 면모를 보여준 가렐은 2005년 자신과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3대를 이어 영화계에 투신, 배우로 활동중인 아들 루이스 가렐을 주연으로 하여 68년 5월 프랑스 혁명 이후의 파리의 모습을 담은 [평범한 연인들 Les amants réguliers]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