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마술사 혹은 영국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영국영화계의 앙팡 테러블, 데렉 저먼은 1942년 영국 런던에서 출생하였으며 본명은 Michael Derek Elworthy Jarman 이다.
자신의 영화일생 내내 영국영화계의 이단아적 존재로 무정부주의와 탐미적 실험정신에 집중한 저먼은 런던의 킹스 컬리지를 거쳐 슬레이드 예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였으며 졸업 후, 오페라와 발레의 무대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70년대 초반 켄 러셀 감독의 세트 디자이너로 [악마들 The Devils (71)]와 [Savage Messiah (72)]등의 작품에 참여하여 영화에 대한 강렬한 매력을 느낀 그는 슈퍼 8mm카메라로 단편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기 시작하였으며 1976년 첫 장편 영화인 [세바스티안 Sebastiane]을 발표했다.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사 스릴러 [세바스티안]은 영국 영화로는 최초로 게이 섹슈얼리티를 긍정적 이미지로 그려낸 작품으로 영국 영화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으며 1978년작인 펑크 뮤직 드라마 [축제 Jubilee]로 깐느 영화제에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1979년 세익스 피어의 희곡을 기존의 양식과는 달리 파격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한 [The Tempest]로 찬반이 엇갈리는 격렬한 논쟁을 야기한 저먼은 이후 약 7년간 슈퍼 8mm 카메라를 사용한, 실험적 성향의 단편 영화 작업에 열중하였으며 1986년 자신이 단편을 통하여 시도한 바 있는 다양한 실험적 요소와 회화적 비쥬얼로 완성한 [카라바지오 Caravaggio]를 발표했다.
실존했던 16세기 바로크 풍의 화가 미켈란젤로 드 카라바지오의 전기를 다룬 [카라바지오]는 데렉 저먼의 작품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던 작품으로 저먼에게 1986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안겨주었다.
동성애자로 알려진 이후, 1986년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저먼은 80년대 말에 이르러 더욱 반골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스스로 영국 영화계의 이단적 존재이길 자처하였고 [영국의 최후 The Last of England (88)] [전쟁 레퀴엠 War Requiem (89)]등의 작품을 통해 동성애와 무정부의주의에 더욱 몰입하였다.
90년대에 들어서며 더욱 더 영리주의와 타협한 상업영화의 반대편에 서서 비판적인 작업 정신으로 일관한 그는 1991년 자신의 후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에드워드 2세]를 발표하고 이듬해 베를린 영화제 테디 베어상을 수상했으며 1993년 자신의 실험정신이 극에 달한 파격적인 스타일의 장편 [블루]를 완성하였다.
1989년 영국출신의 듀오 "펫 샵 보이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도 했으며 90년대 영국 동성애자들의 권리와 이익 옹호를 위해 앞장서온 저먼은 1994년 영국 런던에서 에이즈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